江村은 追憶을 먹고 산다

푸른 물고기들은 세상을 버리려면 왜 경춘선을 탈까?

청바지 캠퍼스는 추억을 마시려면 왜 강촌으로 달려갈까?

모를 일이다.

강촌역 대합실에는 여남은개 인조 석순들이 키재기를 하고 있다

어디서 한번은 본 듯한 010,011,017 등으로 시작된 핸드폰 번호

어디서 한번은 들은 듯한 경철이 선영이,영숙이----

강촌대학교 합격자 명단을 게시한 듯 수많은 숫자와 이름들 

수십년을 자란 원형석순들이 숨바꼭질하며

민박과 먹거리를 부추겨 호객행위를 한다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른 푸른 물고기들이

가슴 아닌 지느러미로만 살래살래 사랑 흉내를 내고 있다

북한강이 푸른 립스틱 너울거리며 서울 나들이를 간다

춘천행 기차가 지나다 강촌역에 멈추면 푸른 물고기 떼는

무리지어 나타났다 사라지고 침묵이 뒤 따른다

캠프파이어가 어둠을 데리고 온다

푸른 별 하나 달빛 타고 내려와 물고기 떼와 몸을 섞는다

강촌의 추억은 북한강에 실려 가고

푸른 물고기의 산란은 또 경춘선 기적소리로 자라 난다

그대 친구들은 떠났다

청량리역에서 택배 온 배달부도 보이질 않는다

밤하늘 별 대신 낮달이 강촌역을 찾아왔다

희미한 낮달은 어젯밤 술 취한 추억들을 불러 모은다

강촌의 아침은 늘 그렇게 큐피트 화살처럼 사라진다고 ~

2008.6.20  강촌 산울림 펜션 에서   駿 昇